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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지옥 금성

금성은 크기, 중력, 표면 구성물질 등의 유사성 때문에 지구의 쌍둥이 행성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환경은 전혀 딴판인데요 표면 온도는 약 470℃에 이르러 납을 녹일 만큼 뜨거우며 기압은 지구의 92배에 이를 만큼 높습니다.

또한 대기는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 있으며 구름층의 주성분은 사람의 살을 녹여버릴 수 있는 황산입니다.

그야말로 불지옥이 따로 없는 셈인데요 그럼에도 금성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으로 줄곧 거론되어 왔습니다.

고도 40~60km 사이의 금성 대기층은 온도가 30~60 ℃이며 기압도 지구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금성의 구름 속에는 마치 박테리아 무리로 이루어진 것 같은 검은 줄무늬가 있습니다.

약 1세기 전부터 망원경으로 관측된 이 검은 줄무늬를 두고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박테리아와 흡사한 생명체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한 금성의 대기에는 생명체가 내뿜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화인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포스핀이라고도 불리는 수소화인은 인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로 지구에서는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사는 혐기성 미생물이 만듭니다.

당시 연구진은 금성에서 발견된 수소화인을 두고 생명체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금성의 구름 속에는 생명체의 존재 증거를 밝힌 또 하나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생명체가 금성 대기의 산성 환경을 중화시켜 구름 속에 자급자족하면서 거주할 수 있는 방울 주머니의 생성에 대한 화학적 과정을 확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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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되지 않은 이상 징후들

이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금성 대기에서 발견한 수소화인을 두고 생명체의 존재 증거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영국 카디프대학,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진입니다.

 

금성의 대기에서는 오래전부터 화학적으로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관찰되어 왔습니다.

저농도의 산소와 공같이 둥근 형태가 아닌 비구형 입자 등이 발견되었던 것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했던 것은 1970년대 금성 탐사선들에 의해 구름층에서 감지된 암모니아의 존재입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데 주변에는 수소가 거의 없습니다.

즉 암모니아는 금성에서 알려진 어떤 화학적 공정을 통해서도 생성되어서는 안 되는 물질인 셈입니다.

연구진은 암모니아의 기원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번개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생물체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금성 탐사 임무에 대한 과거의 데이터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구름 층에서 수십 년 동안 설명되지 않은 화학적 이상 징후를 확인했습니다.

 

산소 및 비구형 입자의 존재 외에도 예상치 못한 수준의 수증기와 이산화황의 존재가 바로 그것인데요 연구진은 그 같은 이상 징후들이 암모니아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즉, 생명체가 암모니아의 근원이라고 가정할 때 금성 구름층의 이상 징후들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일련의 화학 과정을 모델링한 것입니다.

생명체 스스로 개조

연구진은 생명체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있다면 그와 연관된 화학반응이 자연적으로 산소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암모니아는 구름층의 황산에 용해되어 산성을 효과적으로 중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화된 황산 방울들은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둥지 주머니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방울에 암모니아를 주입하면 둥근 액체 형태가 더 많은 수의 비구형 입자로 변형된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산화황에 대한 의문 역시 벗겨졌는데 암모니아가 황산에 용해되면 그 반응으로 이산화황도 용해됩니다.

 

즉, 암모니아의 존재는 금성 구름층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 주요 이상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굽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사라 시거 MIT교수는 "금성의 구름층인 황산 방울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요점은 아마도 어떤 생명체가 곳곳에 있고, 그곳의 환경을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개조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지구상에도 사람의 위장에서 암모니아를 생성해 산성 환경을 중화함으로써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성 대기 속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그간의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직접적인 금성 탐사밖에 없습니다.

미 항공 우주국(NASA)은 32년 만에 금성 탐사선 '다빈치+'와 '베리타스'를 2028년 이후 발사할 예정이며 유럽우주국(ESA)은 금성 탐사선 '인비전'을 2031년 경에 발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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